본문 바로가기

러닝|사이클링

2016년의 첫 일출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해야 매일 뜨고 지는 것이지만 제대로 보기는, 2016년 새해 들어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일요일 아침, 블랙베리의 '해돋이' 알람을 듣고 깼다 (알람 사운드의 이름이 'sunrise'다). 6시30분. 이제 서서히 낮이 길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밖은 어둡다. 넥서스 7을 열어 날씨를 보니 체감온도가 영하 1도란다. 에드먼튼 시절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처음 얼마 동안은 쌀쌀하다. 


오늘은 따로 속도를 높이거나 가외의 노력을 더하지 않고 편하게 뛰는 일정이다. 늘 하프마라톤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만, 멀지만 썩 멀지는 않은 거리를 뛰어 온 터여서, 오늘은 2, 3 킬로미터쯤 더 멀리 뛰기로 했다. 


일요일의 먼 거리 달리기가, 처음에는 가장 어렵다. 따뜻한 잠자리를 털고 나오기가 어렵고, 아무일도 안하고 마냥 널부르지며 쉰 토요일의 후유증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일주일 중 달리기를 거르는 월목토 사흘 중 가장 적극적으로 -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 쉬는 날이 토요일인데, 몸의 원기를 가능한 한 최대한 회복하고 싶다는 바람이 도리어 역효과를 낳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예 산보조차 안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보다는, 그래도 2, 3킬로미터는 걸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오늘 잡은 코스는 마운틴 하이웨이를 따라 29번가까지 올라가서 서쪽으로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까지 진행한 뒤 아래로 내려와 바닷가 근처 트레일을 타고 돌아오는 길이다. 밴쿠버와 북해안 - 노쓰밴쿠버, 웨스트밴쿠버 - 을 연결하는 두 다리 중 하나인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는, 저렇게 케이블을 따라 전등을 밝혀놓았기 때문에 대낮보다 어둑한 새벽이나 밤에 더 그럴듯해 보인다. 



다리 근처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려 했는데 거리가 예상보다 짧아서 다리를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그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오른쪽 위, 초록 지붕의 아파트 두채 근처에 있는 사각의 검은 빌딩이 '100 파크로열'이라는 이름의 오피스 빌딩이다. 내 직장의 공식 본사가 자리잡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블랙 타워'라고 부른다. 저 빌딩과 초대형 쇼핑몰이 '스쿼미시 퍼스트 네이션'이라는 원주민 부족의 땅 - 그들 표현에 따르면 '영토' -에 자리잡고 있다. 본사가 굳이 원주민 보전 지역에 자리잡은 이유는, 원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안 내지만 비즈니스의 경우는 해당 비즈니스 자체가 원주민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연방 정부의 면세 규정 때문이다. 



위와 아래 사진은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스탠리 공원의 순환 트레일이다. 공원 바깥쪽으로 두른 저 트레일의 총 거리가 10 킬로미터 정도 된다. 해마다 열리는 달리기 경주 중 하나도 저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코스다. 작은 등대는 장식처럼 보이지만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시설물이다.




해가 떠오른다. 그 아래 실루엣은 밴쿠버가 아니라 그 너머, 버나비 (Burnaby)라는 도시의 빌딩들이다. 버나비도 물론 '메트로 밴쿠버'에 묶이지만 행정 구역 상으로는 엄연히 구별되는 지방 자치 단체다. 밴쿠버와 북해안을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인 씨버스가 보인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아니, 언젠가 끝날 줄 확실히 안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깨닫는다. 이 달리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면 과연 이렇게 뛸 수 있을까, 좀더 확대해서 우리 삶의 숱한 사건, 사고, 과제, 골칫거리, 즐거운 체험 따위가 언제까지나 지속된다면, 과연 그 순간들을 참고 견디거나,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