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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범죄소설 '모살'


올해 처음 뗀 책은 중국 범죄소설이다. 차이쥔의 ‘모살’ (谋杀似水年华)이라는 책이다. 리디북스에서 공짜로 30일간 빌려준다기에 내려받았고, 나름 재미 있어서 후딱 읽어버렸다.


모살은 계획된 살인, 영어로는 ‘premeditated murder’쯤 되겠다. ‘1급 살인’이니 범인은 중형을 언도받을 게 틀림없다. 중국 원제를 구글에 넣어 번역시키니 ‘The murder of Things Past’란다. 과거의 살인, 추억의 살인쯤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한편 네이버 중국어 사전을 써보니 ‘물같이 흐르는 세월 살인’이라고,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도무지 갈피가 서지 않는 말이 되고 만다.


‘모살’은 재미로는 사줄 만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화자의 시점이 고르지 못하고, 무려 15년에 걸친 시간의 간극, 주인공인 듯하던 베테랑 형사가 갑자기 사라지고 그 자리를 그의 딸과 살인 희생자의 아들이 대치하는 과정의 껄끄러움이 소설의 밀도를 적잖이 훼손했다는 생각이다. 주인공들의 성격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해,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린 두 사람은 마치 화질 떨어지는 불법 비디오의 등장인물처럼 끝끝내 흐릿했다. 따라서 두 사람에 대한 공감의 깊이도 충분히 깊어지지 못했다.  아름다운 자주색 스카프에 목이 졸려 살해되는 미인과, 살인 현장을 골방에서 목격하는 아들, 이라는 설정은 충분히 흥미롭다. 증거 부족으로 미제가 되고 만 살인 사건은 15년의 세월을 통과하고, 그 사이 담당 형사의 딸과 희생자의 아들은 우연과 필연에 의해 다시 만난다.


‘모살’의 재미는, 소설 자체의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현대 중국 사회의 속살을 단편적이고 부분적으로나마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데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사실상의 한 계급은, 가난의 굴레와 사회의 냉대를 끝끝내 벗어날 수 없는 무지렁이 천민 계급이다. 급속도로 진전되는, 아마도 1970년대에 보였던 한국의 개발 드라이브보다 몇 배는 더 급속하고 과격할 중국의 개발 붐, 자본주의화, 빈부 격차의 확대 등은 사회적으로 더없이 심각한 갈등과 소외의 문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소설에서 긴장을 이루는 한 축도, 제법 중산층에 드는 형사의 딸과, 농민층으로 이미 비참한 밑바닥 인생이 뻔히 그려진 희생자의 아들이, 주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어가려 한다는 데 있다. 소설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도무지 성사될 것 같지 않은 구도다. 구도인 것처럼 그려진다. 그만큼 중국 사회에 각인된 계급간, 계층간 차별의 벽은 높고 강고하다. 


해설에 따르면 ‘모살’은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된단다. 현대 중국 사회의 현실을 곡진하게 그렸다는 뜻이겠지. 저자 차이쥔은 ‘누적 판매부수 1천만 부를 기록한 중국 추리소설계의 일인자’로 ‘그의 작품은 기상천외한 상상력, 사람을 황홀한 경지로 이끄는 추리와 빈틈없는 논리로 유명하여 오랫동안 전 세계 화교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 태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라고 돼 있다. ‘모살’만 읽은 마당에서는 그의 상상력이 얼마나 기상천외한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가 ‘모살’에서 발휘한 추리와 논리가 ‘황홀한 경지’에 ‘빈틈없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가는 힘만은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에 또 차이쥔의 소설을 읽게 될까? ‘모살’을 읽고 난 독후감에만 기댄다면 반반이다. 번역은 퍽 유려했다. 어색한 구석이 거의 없이 매끄럽게 읽혔다. 나의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반 (★★★☆). 


아래 내용은 '모살'의 독후감과는 전혀 무관하다. 단지 나 자신을 위해서, 매주 트레이닝 계획을 적어 상기도 하고, 나중에 돌아볼 수 있는 증거로도 남길 마음으로 옮겨 놓았다. 트레이닝이 어느새 8주차에 접어든다. 이 글을 올린 1월6일(수)의 일정은 4-5마일 정도 편안한 템포로 달리는 것. 'Easy run'의 기준은, 뛰면서 옆 사람과 별 어려움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의 여부.


Boston Marathon Training Week 8 (25-29 miles)

Mon Off Day 

Tue 1-2 mile warm up,

3 x 1 mile at half marathon pace (7-7:15 per mile), 2 min jog in between,

1-2 mile warm down

Wed 4-5 mile Easy Run

Thu Off Day

Fri 5-6 mile Aerobic Run

Sat Off Day

Sun Long Run: 9-11 miles Ea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