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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열매

띄엄띄엄 책을 읽는다. 이 책 저 책, 어느 한 권에 진득하니 매달려 집중하지 못하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지향없이, 무작위로, 그 때 그 때 충동에 따라 펼쳤다가 얼마 못가 잊어버린다. 인터넷의 폐해? 본래 주의 부족으로 늘 핀잔 받아온 내 성정 탓? 아무려나, 읽을 책은 산처럼 쌓여가는데, 제대로 읽어낸 책은 점점 더 줄어든다. 


오랫동안 읽어 온 책 중에 '벤 프랭클린의 웹사이트' (Ben Franklin's Website)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벤 프랭클린은 미국 역사에서 지성인을 상징하다시피 하는 그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로버트 엘리스 스미스 (Robert Ellis Smith)라는 이가 쓴, 이를테면 '프라이버시의 렌즈로 바라본 미국의 근대사'라고 할 만한 책인데,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스미스는 비유하자면 '재야 학자'쯤으로 볼 만한 프라이버시 전문가로, 꽤 오랫동안 프라이버시 문제에 천착해 온 인물이다.


아래 캡처한 이미지는 그 책을 통해 알고,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글이다. 17세기의 반골 정치 사상가로 뒤에 퀘이커교로 개종한 윌리엄 펜 (William Penn)의 이야기가 스미스의 책에 잠깐 나온다. 시골과 도시를 견준 표현이다. 이상할 정도로, 그의 표현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펜이 썼다는 글이 자꾸 떠올랐다. 하여 찾아낸 책이 펜의 '고독의 몇 가지 열매' (Some Fruits of Solitude)라는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시골과 도시의 삶을 견준 펜의 시각은, 편견에 가득찬 주관일 뿐이라고 몰아부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더없이 적실성 있게 여겨진다. 자연과 더 가깝고 절실하게 교감할 수 있는 시골에서는 신의 작품을 보지만, 번잡한 도시에서는 인간의 미흡한 작업만을 만날 뿐이다. 신의 작품은 당신의 권능과 지혜와 선함을 선언하지만, 인간의 작업은 대체로 그의 자만과 오류와 과잉을 드러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