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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의 신조어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4년의 신조어들. 그 언어를 살지 못하고 이민자로 살면서 가끔 느끼는 격절감을 여기에서 새삼 맛본다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이 격절감이 꼭 아쉬움만은 아니다. 생경함도 포함된다. 정말 이런 말이 사회에서 널리 통용된다는 말인가, 하는 믿기 어려운 심사도 없지 않다. 


이 신조어들에서 한 가지 인지되는 공통점 하나는, 한자가 놓이던 자리에 영어 단어가, 그것도 대개는 영어 단어의 첫 한두 발음 부분이 놓였다는 점이다. 그만큼 영어의 영향이 커졌다는 뜻이겠지. 이를테면 노관심의 노, 디 공포, 먹스타그램, 모루밍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기원은 영어이되, 그것이 다른 단어와 조합되는 기준은 한국어 표기의 편의성에 있기 때문에, 실제 영어권 사람들이 그런 말을 알아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달리 말하면 '콩글리시'가 영어의 한 분파로 점점 더 그 지위를 굳혀간다는 한 증거이기도 하겠다. 


또 한 가지 이 목록을 보며 갖는 느낌은, 참 천박하고 노골적이고 유치하다는 점이다. 금사빠녀, 꼬돌남, 맞저, 심쿵 같은 단어들이, 보거나 듣기에 따라서는 귀여울 수도 있지만, 그 말들에서 어떤 품위나 깊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멋도 없고 세련미도 없다. 한국 사회 전반의 교양이 이 정도 수준인가, 하는 새삼스러운 실감, 그리고 실망감을 맛본다. 


앵그리맘 같은, 아예 영어를 고스란히 가져온 경우도 있다. 이것도 라디오나 쇼핑 같은 말처럼, 외국어가 아니라 외래어로 굳어지려나 보다. 말이란 늘 변하게 마련이고, 그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그 사회의 당대 구성원들의 소통 방식과 문화에 있으므로, 이래선 안되는데, 저래서야 쓰나, 식의 가치 판단을 개입시켜 뭐라고 재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저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수밖에, 특히 강 건너 이방인의 처지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