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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페북 유감' 2제 최고, 와 최고 중 하나한국인들은 ‘최고’, ‘최대’, ‘최악’, ‘최선’ 같은 말을 너무 좋아한다. 말 그대로 지나치게 좋아한다. 거의 유전자로 박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강박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아득한 옛날 아직 한국에 살 때, 영국문화원에서 꽤 오래 영어를 배웠다. 거기에서 수강생들에게 낯선 이들과 대화를 터보라고 - 영어로 하면 ‘ice breaker’다 - 하면, 대뜸 묻는 질문이 what is your favourite movie? what is your best memory? what is the biggest city in your country? 같은 식이었다. best, biggest, first, highest, oldest, most beautiful, worst 따위, .. 더보기
Bullshit 불쉿 (bullshit)은 (특히 미국에서) 욕이고, 점잖은 (사실은 ‘척하는’) 언론이나 공적 상황에서는 쓸 수 없는 말로 여겨진다. 이번에 프라이버시 트레이닝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 단어를 내뱉었고, 뜻밖에도 청중은 넉넉하게, 치기 어린 농담쯤으로 받아 웃어 주었다. 사실은 그 단어를 쓴 맥락이, 그것을 욕설로 여길 수 없게 한 덕도 있었다. 프라이버시 법들이 개인 의료 정보를 제때, 특히 해당 환자의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취득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라는 일각의 주장, 프라이버시 법은 개인 정보의 공개를 금지한다는 주장이 다 실상과는 다른, 불쉿이라고 공박한 것. 그런데 요즘 이 불쉿이 남발되는 현상과 너무 자주 만난다. 불쉿이라는 단어가 남발된다는 뜻이 아니라, 불쉿으로 볼 수밖에 없는 현상과 .. 더보기
아이 서울 유 I Seoul U, Seouling, Seoulmate... 정말 가지가지들 한다는 한탄. 돈을 낭비하다 낭비하다 저런 헛짓에도 낭비하는구나,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 구호, 혹은 상징어로 나왔다는 - 또는 억지춘향으로 지어낸 - 위의 세 문장과 단어들을 보면, 도대체 뭘 하자는 거요? 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게 생겼다. I Seoul U와 Seouling이 그야말로 무지와 아전인수의 극치라는 점은, 저 동사로 쓰인 - 또는 쓰이기를 바라는 - 'seoul'이라는 단어를 외국인들이 대뜸 무슨 뜻인지 알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데서 나온다. 또는 무슨 뜻인지 대뜸 알았으면,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가망없는 바람을 담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그렇다 '가망없는' 바람이다. 그러므로.. 더보기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한 페친이 링크한 아래 소식을 보고, 이런 댓글을 달았다. 요즘의 한국 소식을 보며 들었던 생각과 소회의 일단이다. 그리고 그 아래 캡처한 그림들은, 도대체 이게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믿기 어려웠던, 정말 '믿거나 말거나' 코너쯤에나 나올 듯한 소식들... 적어도 한국의 정치판만 집약해서 본다면 정신병자들의 집합소 같습니다. 광기도 저런 광기가 없고, 비이성과 무뇌적 맹신도 저런 극단이 없어요. 개탄스럽다, 슬프다, 분노스럽다... 어떤 형용어로도 이 착잡한 마음자락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저런 무비판적, 광신적 쓰레기들이 어떻게 저런 자리에까지 올라서 저런 비극적 코미디를 연출할 수 있고, 또 저런 작태가 국민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한국 사회판의 .. 더보기
이젠 맥주도 끊는 게 낫겠다 세계 1, 2위의 두 맥주 회사가 합병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세계 제1위의 AB InBev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벡스, 호가든 같은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벨기에의 다국적 기업 (2014년 매출액 약 55조원)이고, SABMiller는 그롤쉬, 밀러, 페로니, 필스너 우르퀠 같은 브랜드를 품은 영국의 다국적 기업 (2014년 매출액 약 26조원)이다. 거느린 브랜드들의 다양성에서 눈치챌 수 있다시피, 이들 기업 자체가 이미 여러 기업들의 인수 합병체다.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두 다국적 기업이 또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보듯 둘이 하나가 되면 전세계 맥주업계 수익의 절반을 점유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합병이 말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했지만, 그렇.. 더보기
부음 아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저 짧은 글 안에, 얼마나 많은,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을까 짐작하려 애써 보지만 부질 없다. 토요일 새벽 두 시였나, 세 시였나? 아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국에서 온 전화다. 이민 온 지 어지간히 시간이 지난 다음이라 캐나다와 한국 간의 시차를 잘 알기 때문에 한국의 가족이나 친구가 이런 시간에 전화가 걸어 올 일은 거의 없다. 뭔가 비상한 상황이 아니라면... 아니나다를까, 장인 어른의 부음 소식. 아내가 흑, 하고 흐느낀다. 지난 8월의 3주간 한국에 들어갔을 때도, 혹시 모르니까 장례식에 입을 옷 한 벌씩 챙겨오라는 말을 들었던 터다. 그러나 그렇게, 그저 시간 문제였을 뿐, 당신의 병중이 워낙 심각했으므로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라고 짚어 본다고, 상실의 슬.. 더보기
"설거지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 만든다"를 찾아서 오늘, 참 우연하게 한국 언론의 '까이꺼 대충...'주의를 새삼 확인하고 퍽이나 씁쓸했다. 말로만 팩트 팩트 외칠 뿐 실제로는 적지 않은 기자들이 팩트를 확인하는 데 너무 게으르다는 한 증거를 보고 만 탓이다 (기자들이 왜 '사실'이라고 안 하고 굳이 '팩트'라고 말하는지도 나는 자주 궁금하다. '지식인'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인털렉추얼'이라고 고집하던 한 언론인도 문득 떠오르는 순간). 오늘 본 기사는 이거다. "설거지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 만든다"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2014년 5월30일치 기사. 좋아하는 한 후배의 비디오 포스팅을 보고 찾아본 기사다. 먼저 이 문장. "29일(현지시간) 미국 '심리과학' 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연구 논문을 보면 어머니가 양성 평등 의식을 어.. 더보기
4월16일 오늘 창비 주간비평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세월호 때문에 더욱 가슴에 와닿더군요. 러쎌 뱅크스의 '감미로운 저세상'에 대한 전남대 유희석 교수의 서평입니다. '또한 모든 재난이 비극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무너지는 억장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비극의 무게를 갖는다. 빌리가 말하듯이 그런 비극은 “생물학을 거스르고, 역사와 모순되며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심지어 물리학의 기본 법칙과도 어긋난다. 최후의 모순인 것이다.” 어떤 원인에서든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그런 모순과 대면해야 한다.' '애도는 망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애도는 뒤에 남은 자가 자신의 여생을 온전하게 살기 위해 망자의 못다 이룬 삶에 바치는 지극한 예(禮)다. 슬픔이, 또.. 더보기
세월호 세월호 사태 이후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한다. '사태'라고 일컫는 게 과연 온당한지도 잘 모르겠다. 비극, 참사, 참변... 무슨 표현을 쓰든, '세월호' 석 자가 갖는 무게는 실로 크다. 한국 사회가, 한국 국민 전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라는 생각이다. 세월호 희생자들, 그 뒤에 남은 희생자들의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기 - 너무나 많은 경우는 의도적으로 '않았기' - 때문이다. 그 죄업을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직도 세월호를 정치적 도구로, 정말 믿기 어렵게도 심지어 좌우 이념의 무기로 쓴, 쓰는, 쓰려는 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인간'이나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하자니 애먼 수(獸, 짐승)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내 바로 위의 누이.. 더보기
Life seems too short ‘Life seems too short’ - 117세로 세계 최고령 생존자라는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했던 일본의 노파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117세 생일 잔치를 치른 지 몇 주 뒤인데, 생일 무렵 언론에 보도된 노파의 인상적인 - 혹은, 보기에 따라서는 더없이 실망스러운 - 코멘트는 ‘인생은 짧다’였다. Well, duh~! 시간이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은 거의 누구나 실감하고 또 실감하는, 주관적 진실이다. 괴로울 때 시간은 느리게 간다. 아니, 때로는 정지한다. 화석화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꼭 괴로운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팔꿈치를 이용한 엎드려 뻗쳐 자세로 복근을 강화하는 간단한 운동인 플랭크 (plank)만 해보더라도, 1분이나 2분이 그보다 더 더디게 갈 수가 없다. 반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