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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유감' 2제 최고, 와 최고 중 하나한국인들은 ‘최고’, ‘최대’, ‘최악’, ‘최선’ 같은 말을 너무 좋아한다. 말 그대로 지나치게 좋아한다. 거의 유전자로 박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강박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아득한 옛날 아직 한국에 살 때, 영국문화원에서 꽤 오래 영어를 배웠다. 거기에서 수강생들에게 낯선 이들과 대화를 터보라고 - 영어로 하면 ‘ice breaker’다 - 하면, 대뜸 묻는 질문이 what is your favourite movie? what is your best memory? what is the biggest city in your country? 같은 식이었다. best, biggest, first, highest, oldest, most beautiful, worst 따위, .. 더보기
로알 달 회고록 (The World’s Strongest Librarian)의 지은이인 조쉬 해나가니는 자신의 꿈 중 하나가 매일 밤 아들에게 로알 달 (Roald Dahl, 1916-1990)의 책을 읽어주는 일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해나가니와 그의 회고록은 내가 국내 번역 출간을 권한 인연으로 그 내용을 남들보다 비교적 잘 아는 편이다. 그런 그의 글을 보고, 또 블로그 곳곳에서 로알 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럴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다. 내게는 책보다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더 익숙했다. (James and the Giant Peach),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Matilda), (Fanta.. 더보기
뛰어서 출근하기 펩시콜라의 흥미로운 이모지. 동그란 얼굴 위로 맺힌 물방울이 꼭 땀 같아서, 오늘 뛰면서 느낀 감정과 잘 동화된다. 지난 주 노쓰밴의 호텔에서 열린 워크샵 때 찍은 사진이다. 늘 한 번쯤은 시도해 보고 싶었다. 뛰어서 출근하기, 혹은 아예 일상적으로 통근하기. 하지만 달리기 자체보다 그런 시도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여러 변수들이 그런 시도를 막았다. 갈아입을 옷가지, 속옷, 수건, 점심 도시락과 간식, 지갑, 셀폰 등을 담은 백팩을 짊어지고 뛰어야 할텐데, 그 무게와 성가심이 여간 아닐 듯싶었다. 백팩을 짊어질 필요성을 없애자면,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백팩의 무게를 대폭 줄여 덜 부담스럽게 하자면, 아예 일주일치 옷을 회사에 갖다 놓거나 점심을 직장에서 사 먹어야 할 터였다. 그러면 매주 그만한 옷.. 더보기
2016년의 첫 레이스 -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퍼스트 하프 하프마라톤' 레이스를 달렸다. 작년은 발렌타인 데이 다음날인 2월15일이었는데, 올해는 바로 그 날과 정확히 겹쳤다. '퍼시픽 로드러너스'라는 러닝클럽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이름이 시사하듯이, 적어도 밴쿠버 지역에서는, 매년 첫 테이프를 끊는 하프마라톤 대회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콘도 촌 중 하나인 예일타운의 '라운드하우스 커뮤니티 센터'에서 출발해 BC플레이스 스테이디엄 주위를 돈 뒤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일주해 돌아오는 코스이다 (아래 그림은 행사장의 TV 모니터를 찍은 것). 올해는 작년과 달리 썩 내키지 않았다. 어제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린 탓이다. 아침에도 비가 제법 기세좋게 내렸다. 자전거로 갔다 올까 하다가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더보기
설/패밀리데이 올해는 우연히도 한국의 설과 BC의 '가족의 날' (Family Day) 연휴가 겹쳤다. 캐나다의 모든 주들에서는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서 토일월 사흘을 쉬는데, 유독 BC만 한 주 빨리 '긴 주말'을 난다. 다른 주들과 같이 셋째 주로 통일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고 사리에도 맞지 않느냐는 말이 많았는데, 올해만 놓고 보면 한국인과 중국인 처지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우연이 된 셈이다. 설은 북미에서도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받아간다. 그 공로의 9할은 중국인들에게 있다. 영어권에서 설의 동의어가 'Chinese New Year'로 사실상 굳어진 것도 그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내 동료들 중에 퍽 사려깊은 한두 사람은 일삼아 Chinese라는 단어 대신 Lunar라는 말을 써서, '.. 더보기
바람아 멈추어 다오 밴쿠버 아일랜드 주변에는 이처럼 자잘한 섬들이 참 많다. 그 섬들에 자리잡은 아담한 집, 목장, 농장, 작은 개인 선착장, 소규모 골프장처럼 보이는 목초지 따위를 보노라면, 자연스레 '저 섬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섬들 사이로 BC 페리가 지나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혹은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을 문득 가질 때가 있다. 그저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심지어 고개 한 번 잘못 돌려도, 혹은 몇 초 간의 몽상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만으로 삶이 죽음으로 표변할 수 있다는 섬뜩한 깨달음과 만날 때가 있다. 지난해 7월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다 트럭에 부딪혀 인도로 날아가던 순간이 그랬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빅토리아 당일 출장을 마치고 수상비행기로 돌아오던 길에 또 그런 느낌을.. 더보기
요다, 곰돌이 푸, 그리고 버니 샌더스 5분만... 요다도 잠이 필요해!출근하면 매일 어김없이 도착해 있는 메일이 바로 우리 회사와 애보리지널 문제에 관한 뭇 언론의 보도들만 모아 알려주는 ‘미디어 라운드업’이다. 나야 아직도 남아 있는 ‘기자 기질’을 버리지 못해 십중팔구는 기사 제목들이라도 죽 일별해 보는 편이지만 대다수 동료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워버리기 일쑤다. 그 때문인가, 월요일이나 금요일이 되면 맨 앞에 눈길을 끌 만한 우스개나 그림을 올라온다. 홍보부서의 정성이 기특하다. 월요일인 어제 올라온 그림은 그 중 최대 히트작이라 할 만했다. 월요일의 정서나 컨디션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오늘 아침엔 뭘 먹지?"“When you wake up in the morning, Pooh,” said Piglet at last, .. 더보기
사람으로 오해 받은 곰 책을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이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게 불가능하다. 표지만 보고, 혹은 속 그림 한두 장만 보고, ‘질러버리는’ 것이다. (The bear that wasn’t)도 그런 경우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때까지, 나는 이 책을 몰랐다. 무려 1946년에 나온 동화책인데, 이런 사랑스럽고 익살맞은 책이 있는 줄을 몰랐다! 저자는 벅스 버니, 대피 덕, 와일리 코요테 등으로 유명한 루니 튠즈의 감독을 지낸 프랭크 태쉴린 (1913-1972)이라는 사람이다. 아래는 내가 페이스북의 문예지 소개로 보게 된 그림이다. 거기에 적힌 내용이, 적어도 내게는 더없이 서정적이면서도 따스한 느낌으로 읽혔다. 곰은 자신이 사는 숲의 나무들에 달린 잎들이 노라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면서 .. 더보기
조용한 주말, 복면가왕, 그리고 하이든 금요일 오후,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 집에 닿기 직전 반드시 올라야 하는 '깔딱 고개', 500 미터 남짓한 마운틴 고속도로 구간을 넘고 나면, '아, 드디어 주말이구나!' 하는 느낌이, 마치 전류가 통하듯 짜릿하게 온몸으로 전해 온다. 금요일의 저녁 식사는 더더욱 달콤하고, 거의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오는 심신의 편안함은 이루 형언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토요일도 더없이 안락하다. 아무런 약속도 없고, 미리 짜놓은 계획도 없다. 다들 마음껏 늦잠을 자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푹 놓고 자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눈을 뜬다. 그것도 평소보다 일찍. 새벽 다섯 시! 평일이라면 '아, 아직도 한 시간 반을 더 잘 수 있구나' 안도하면 다시 눈을 붙이고, 어떻게든 더 깊이 잠들어 보.. 더보기
Bullshit 불쉿 (bullshit)은 (특히 미국에서) 욕이고, 점잖은 (사실은 ‘척하는’) 언론이나 공적 상황에서는 쓸 수 없는 말로 여겨진다. 이번에 프라이버시 트레이닝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 단어를 내뱉었고, 뜻밖에도 청중은 넉넉하게, 치기 어린 농담쯤으로 받아 웃어 주었다. 사실은 그 단어를 쓴 맥락이, 그것을 욕설로 여길 수 없게 한 덕도 있었다. 프라이버시 법들이 개인 의료 정보를 제때, 특히 해당 환자의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취득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라는 일각의 주장, 프라이버시 법은 개인 정보의 공개를 금지한다는 주장이 다 실상과는 다른, 불쉿이라고 공박한 것. 그런데 요즘 이 불쉿이 남발되는 현상과 너무 자주 만난다. 불쉿이라는 단어가 남발된다는 뜻이 아니라, 불쉿으로 볼 수밖에 없는 현상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