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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내가 사랑하는 길 오늘은 좀 늦게 뛰러 나갔다. 알람은 6시를 갓넘어 울었지만 끄고 더 잤다. 일요일인데 뭐 어떠랴... 여덟 시쯤 나섰다. 평소처럼 물 한 컵 마시고, 작은 물통 두 개에 게토레이 한 병을 나눠 넣고, 피넛 젤 하나를 먹었는데, 정말 환장하게 맛이 없었다. 달리기 중간쯤에 더 먹으려고 여분으로 하나를 주머니에 챙겼다. 보통 초콜렛 바를 두 개쯤 넣어가는데 하필 다 떨어져서, 레이스 때 먹고 남은 젤로 대신한 것이다. 본래는 토요일에 10K짜리 MEC 레이스를 뛰겠다고 금요일을 쉬었는데, 그만 500점짜리 두바이 오픈 테니스 결승을 보느라고 토요일의 레이스를 걸렀다. 레이스 시작은 아홉 시, 테니스 중계는 7시부터... 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 당대의 '테니스 월드 넘버 원/투'가 붙는데 안 볼 도리.. 더보기
새롭게 단장한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의 자전거 도로 얼마나 걸렸을까? 느낌으로는 공사에만 1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 (Second Narrows Bridge, 이하 "SN 다리")의 보도/자전거 도로 얘기다. SN 다리는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Lions Gate Bridge)와 더불어, 밴쿠버와, 노쓰밴쿠버와 웨스트밴쿠버가 자리잡은 북해안 사이를 연결하는 '유이한' 다리이다. 그 다리의 양옆으로 어른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 너비의 보도 겸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1년여 전 개보수를 시작해 한 쪽이 내내 막혀 있었다. 생각건대는 서너 달 정도면 거뜬히 끝낼 수 있을 만한 일을, 1년이 넘도록 질질 끄는 게, 퍽이나 못마땅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세컨드 내로우즈 도항' (Second Narrows Crossing)이라고 불러.. 더보기
하퍼스 위클리의 '맛있는' 주간논평 미국의 진보 좌파 잡지인 하퍼스의 주간논평(Weekly Review)를 받기 시작했다. 읽는데 '맛있다.' 한 주의 사건 사고를 이렇게 맛나게 정리할 수도 있구나, 새삼 감탄스럽다. 여러 크고 작은, 다종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그 경중이나 내용에 맞춰 따로 구분하지 않고, 마치 대화에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듯 한 곳에 다 버무려 버렸다. 이렇게 하면 사건과 사고의 구분이 어렵고, 꼼꼼히 읽지 않으면 뭐가 뭔지 쉽게 변별하기도 벅찬 단점이 있다. 그냥 뉴스레터 전체를 무시해 버릴 위험성도 다분하다. 하지만 일단 문장의 앞머리에 눈을 두고 죽 따라가며 읽다 보면, 전혀 다른 듯한 이야기들이 사실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고, 설령 직접적인 연결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인간 잡사가 다 이 안에 들었구나, 하는 흥.. 더보기
반가운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시사저널 선배이자 토론토 이웃이던 성우제 선배 가족이 엿새 동안 밴쿠버로 놀러 오셨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여드릴지는 뚜렷이 계획해 둔 것이 없지만, 그저 반가운 사람들이 그 먼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날아오신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마음 설렌다. 밴쿠버 공항에 미리 나와서 성선배 댁을 기다리는 중.형수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의지했던 아내가 누구보다 더 기대감에 가득찼을 듯. 크리스마스 날 아침. 성준이는 자신한테 온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에리카 누나 (성선배 댁 딸)가 오면 그 때 열어보자는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후, 마침내 열었다.산타 할아버지께서 어찌 내 마음을 아시고...!! 그렇게 바라던 히로 팩토리의 Jet Rocka를 얻었다! 커피 구루 (Cof.. 더보기
벼락치기 손님 맞이 - IKEA의 소파형 침대 꼭 손님이 오기 때문은 아니지만 기왕 살 거, 손님 치르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면 일거양득 아니냐는 생각에, 서둘러 이케아 (IKEA)에 가서 소파 베드를 구입했다. 베딩게(Beddinge)라는 브랜드 이름인데, 프레임과 매트리스, 매트리스 커버 해서 280달러, 세금까지 더하니 300달러가 조금 넘었다. 다른 가구 할인점과 견줘도 싼 값이지만 무엇보다 더 마음에 든 건 그 정도 가격대에서 기대하기 힘든 '품질'이었다. 이케아에선 아침도 판다. 직접 먹어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맥도날드나 A&W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견주어도 싼 값에, 품질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낫다는 생각. 아이들도 좋아했다. 이런 음식 두 쟁반을 시켰는데 값이 20달러도 채 안됐다. BC주에 특히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인 화이트스팟 (.. 더보기
Just do it! 일요일 아침 여섯 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도 뚝 떨어져 긴팔 재킷에 타이즈를 입었어도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밑에 서서,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로 쉼없이 그어지는 사선의 빗줄기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아 뛰지 말까? 몇 시간 뒤면 비가 갠다는 일기 예보인데 그 때까지 기다릴까? 몸도 찌뿌둥하고 컨디션도 별로인데 그냥 쉬어버릴까? 창밖으로 보이는 비나 눈은 실제보다 더 세차 보이고 더 을씨년스러워 보인다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오늘 아침만은 예외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문제였다. 그 바람을 안고 언덕을 천천히 뛰어 올라가는데, 불과 몇 분 안돼서 가슴 께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재킷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아, 다른 방향으로 먼저 갈 걸 그랬나? 하지만 갈 때든 올.. 더보기
누군가와 '함께' 달리기 일요일 아침, 직장 동료 J, D와 함께 스탠리 공원을 뛰었다. 그 친구들은 나처럼 마라톤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고, 주 4, 5일씩 자주 달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10km 정도만 함께 돌기로 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함께 페이스를 맞춰 달린 적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고,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그런 대로 달리기에 관심들이 있어서 고맙게도 'O.K.'였다. 하지만 막상 함께 뛰어보니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른 페이스와 기초 체력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페이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마일당 10분 정도의 느린 페이스를 유지했다. 아침 7시에 잉글리시 베이에서.. 더보기
린 캐년 공원 산보 9월1일이 노동절이어서 월요일까지 쉬는 '긴 주말'(Long Weekend)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가 웬지 미안하고 손해보는 느낌이어서 점심 직전, 근처 린 캐년(Lynn Canyon)의 트레일을 잠깐 걷다 오기로 했다. 막내 성준이는 숲길 걷는 게 늘 마뜩찮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boring'을 연발한다. 그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런 거다. 숲이 많으면 도심이 그립고, 도심에만 있으면 숲이 그리운 거다. 카메라를 나무 난간 위에 놓고 타이머로 찍었다. 가족 사진이다. 성준이는 늘 찌푸린 표정이다가도 사진 찍는다고 하면 짐짓 '치이즈~!' 표정을 만들 줄 안다. 동준이는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설령 그게 저를 향한 게 아닌 경우에도 '치즈!'라고 말하며 고개를 쳐든다. 린 캐년 공원의 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