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싫다

'페북 유감' 2제 최고, 와 최고 중 하나한국인들은 ‘최고’, ‘최대’, ‘최악’, ‘최선’ 같은 말을 너무 좋아한다. 말 그대로 지나치게 좋아한다. 거의 유전자로 박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강박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아득한 옛날 아직 한국에 살 때, 영국문화원에서 꽤 오래 영어를 배웠다. 거기에서 수강생들에게 낯선 이들과 대화를 터보라고 - 영어로 하면 ‘ice breaker’다 - 하면, 대뜸 묻는 질문이 what is your favourite movie? what is your best memory? what is the biggest city in your country? 같은 식이었다. best, biggest, first, highest, oldest, most beautiful, worst 따위, .. 더보기
What's in a name? What’s in a name?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름을 잘못 건사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비행기를 못 타는 일이 생긴다. 아니, 놓치는 일이 생긴다. 이곳 캐나다에서, 직장에서 내 이름은 케빈이다. 케빈 킴. 하지만 공식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니다. 공식 이름은 여전히 김상현이다. Sanghyun Kim. 운전면허증, 의료보험 카드, 여권 등 공식 문서의 이름은 다 상현 킴이다. 회사의 인사 데이터베이스에만 케빈 킴으로 돼 있다. 굳이 공식 개명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웹 체크인으로 표를 인쇄해 공항에 와서야,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회사 공무로 가는 출장의 비행기 표에 적힌 이름 (케빈 킴)이, 지갑에 넣어 휴대하는 운전면허증이나 의.. 더보기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한 페친이 링크한 아래 소식을 보고, 이런 댓글을 달았다. 요즘의 한국 소식을 보며 들었던 생각과 소회의 일단이다. 그리고 그 아래 캡처한 그림들은, 도대체 이게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믿기 어려웠던, 정말 '믿거나 말거나' 코너쯤에나 나올 듯한 소식들... 적어도 한국의 정치판만 집약해서 본다면 정신병자들의 집합소 같습니다. 광기도 저런 광기가 없고, 비이성과 무뇌적 맹신도 저런 극단이 없어요. 개탄스럽다, 슬프다, 분노스럽다... 어떤 형용어로도 이 착잡한 마음자락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저런 무비판적, 광신적 쓰레기들이 어떻게 저런 자리에까지 올라서 저런 비극적 코미디를 연출할 수 있고, 또 저런 작태가 국민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한국 사회판의 .. 더보기
正名...이라고? 한국경제연구원 산하 사회통합센터라는 데에서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열거된 '종전 명칭'과, 그것을 대체할 용어로 제세된 '변경 제안'을 보면서, 착잡했다. 무엇인가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위선, 왜곡, 은폐, 가증 따위의 말들이, 마치 비누방울처럼 머릿속에서 보글보글 피어 올랐다. 요즘 직장에서 동료들과 자주 하는 은유법 'Put the cart before the horse'라는 말도 상기되었다. 말 앞에 수레를 놓으면 수레가 가나. 그러니 앞뒤 순서를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데가 재벌, 아니, 이들 표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산하 단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제안이 처음부터 떠안을 수밖에 없는 한계는 명백하다. 이.. 더보기
ㅈ통닭, ㅂ만두, ㄲ푸드 한겨레 기사 - 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 를 읽다가 머리 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주제에 '단독'이란다. 특종이라는 얘긴데, 과연 그게 가당키나 한 주장인지... 'ㅈ통닭 외에도 38년간 수원시 팔달로에서 만두를 팔아온 ㅂ만두와 칼국수집으로 유명한 ㄲ푸드 등 ‘동네 상점’들도 나란히 입점한다.' 도대체, 여기에서 이 가게들의 이름을 익명 처리한 이유가 뭐냐?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대체 이런 수준의 보도밖에 못하면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나? 더더군다나, 이 기사에서 졸가리는 이 동네 가게인 ㅈ통닭이라는 데가 대기업 치킨 프랜차이즈를 누르고 낙찰 받았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회사의 이름은 기사의 핵심이 된다. 그런데 ㅈ 이라고? 이건 비유하자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명 배우 ㅂ씨가.. 더보기
펑크 오늘 아침 출근길, 자전거 뒷바퀴에 무지막지한 펑크가 나는 바람에 길 한 가운데서 퍼지고 말았다. 정말 말 그대로 'nasty puncture'다. 속수무책.... 오도 가도 못하고 아내에게 SOS. 차로 자전거를 실어 날랐다. 그리고 10시에 바이크 샵에서 수리. 길 어디쯤에 숨어 있던 굵은 대못 쪼가리 하나가, 마치 스테이플러로 서류뭉치 찍듯 뒷바퀴를 뚫고 박힌 것이었다. 결국 Working from home. 출근길의 70%쯤 온 것 같다. 자전거 뒷바퀴가 바닥을 치는 듯한 쇳소리가 덜컹덜컹 났다. 앗, 이게 뭐지? 바퀴에 바람이 없다! 이걸 어쩐다? 이미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를 건너 8 km쯤 온 상태이니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아직도 3 km 넘게 남은 회사까지 억지로 끌고 가기도 .. 더보기
이런 반성문 아침에 게으르게 눈을 뜨고 페이스북의 포스팅을 훑다가 잠이 확 달아나는 글을 접했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라는 자의 소위 '반성문'이다. 조현민은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적어도 수천 억 규모의 (부정적) 광고 효과를 몰고온 조현아의 여동생이란다. 이 유치 찬란한 SBS의 아부성 자막도 참고 보기 어렵다. '쿨~하게 인정'이라고? 이게 대체 무슨 '정면 돌파'냐? "제 능력을 증명할 때까지 지켜봐 주세요!"라고? 아니 회사가 무슨 네 연습장이냐? 그래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능력을 쌓고 증명해가며 대리 달고 과장 차장 부장 승진해서 전무 되는 것 아닌가? ▶다음은 조현민 전무의 '반성문' 전문.우리 마케팅이나 제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항상 제일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미흡하고 부족한 조현민을 보여.. 더보기
지금의 남한은 결코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잠시 죽기보다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독재에 항거해 형극의 길을 걸으면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말이 쉽다.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자신의 삶 속으로 온전히 체현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권불십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박근혜를 보고, 김기춘을 보라. 아마도 그래서, 수많은 (의사[擬似]) 지식인, 사이비 정치인, 쓰레기 기자들이, 속으로는 분명히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당장의 안위를 위해, 당대의 권력에 빌붙기 위해 불의와 타협할 것이다. 아니, 타협 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일삼아 나서서 불의를 저지르고, 인종지말자적 횡포를 자행하는 것일 테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의의 파수꾼'이란다. '헌법을 수호하고 .. 더보기
역겨운 축구, 아니 인간들 '드라큘라' 루이즈 수아레즈의 개 같은 사건이 연일 월드컵 뉴스의 앞머리를 장식한다. 이태리가 이기든 우루과이가 이기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구경꾼의 눈에는 저런 짐승스런 작태가 '논란'이 되고 '논쟁'이 되고, 정의니 불의니, 심지어 음모 이론까지 동원되는 것이, 입맛이 쓴 수준을 넘어 그저 역겹다고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조지 오웰이 예언했던 1984년의 세상보다 더 많은 비디오 카메라들로 뒤덮인 세상이다. 더더군다나 수십억 명이 불을 켜고 지켜보는 월드컵 경기는 최첨단 비디오 장비들로 숱한 각도에서 찍히고, 초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고 또 재생된다. 수아레즈가 이태리의 수비수 어깨를 개처럼 깨물었다는 '사실'은, 그저 느린 장면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재생 장면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