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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밭

치카쿠 호수 봄철에 만나는, 난데없는 가을 풍경. 2010년 당일 소풍을 다녀온 알버타 주 에드먼튼 근교의 치카쿠 호수. 잔잔한 물이 거울 같다. 자세히 보면 잔물결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날짜를 보니 벌써 4년도 더 지난 날의 사진이다. 2010년 10월9일. 그렇다면 알버타 주 에드먼튼으로 이주하고 나서 2년쯤 됐을 즈음. 이 때가 문득 떠오른 것은 예기치 않은 이메일 한 통 때문이다. 에드먼튼의 이웃 동네인 스프루스 그로브 (Spruce Grove)의 한 직원이, 자기네 시 관할 공원이며 관광지 사진을 찾던 도중에, 내가 찍은 치카쿠 호수 사진을 봤단다. 혹시 그 중 몇 장을 쓸 수 있느냐고... 사람 얼굴이 나오는 것만 아니면 마음대로 쓰시라고 했다. 당신 덕택에 잊고 있던 기억을 잠시 되살릴 수 있어서 .. 더보기
새알밭 도서관 오늘 새알밭 도서관 (St. Albert Public Library)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앞으로 28일 안에 회원 자격이 만료되니 그 전에 '직접 도서관에 방문하거나 전화해서' 회원 자격을 연장하시라는 알림 메일이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연장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새알밭에 더 이상 살지 않고, 그래서 물리적 주소가 없는 한 더 이상 연장할 수가 없었다. 새알밭을 떠나 밴쿠버로 이사온 뒤에도 아내와 나는 새알밭 도서관을 애용해 왔다. 회원권은 올해 8월까지 유효했고, 종이책을 빌릴 수는 없어도 전자책은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통해 여전히 내려받아 읽거나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알밭 도서관에 미련을 갖는 이유는 책의 가짓수도 더 다양하고, 신간도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노쓰 밴쿠.. 더보기
나의 2013년은? 나는 날짜 감각이 부족하다. 몇월 며칠에 무슨 일이 있었노라고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낀 한 주를 고스란히 쉬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달리기도 슬슬 건너뛰면서 게으름을 피웠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배달돼 온 55인치 LG 스마트TV 앞에 앉아서 그야말로 'Un-smart'한 생활을 즐겼다. 아니, 즐겼다라기보다는 그간 유지해 온 생활 패턴, 일상의 리듬을 '놓아버렸다', 혹은 '해체해버렸다'라고 하는 편이 사실과 더 잘 부합하겠다. TV 하드웨어뿐 TV 소프트웨어(방송 서비스)는 없었으므로 이맘때 지겹도록 나왔을, 또 나오고 있을 한 해의 결산, 정리, 그리고 한국의 무슨 연예대상, 가요대상 따위 행사를 접하지 않았다. 주로 넷플릭스로 영화를 봤고,.. 더보기
밴쿠버에 닿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10시 가까이 되어 다시 도로로 나섰다. 유명 프랜차이즈인 '칠리스'(Chili's)가 호텔 1층에 있었는데, 거기에서 아침을 공짜로 제공했다. 따뜻한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는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단 공짜라서뿐만이 아니라 - '공짜'라고 하지만 결국은 숙박비에 다 포함된 것 아니겠는가 -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다. 짐 싸들고 차를 몰아 일삼아 식당을 찾아가는 것에 견주면 더없이 편리한 것이다. 하지만 '비용' 면에서의 효율성이 가장 큰 이유인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가족 구성원이 네 명쯤 되면 '간단히' 먹는 아침 비용도 만만찮은 것이다. 로키산맥은 언제 어느 때 가든 그 압도적 풍광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사진은 '캐슬 마운틴.' '반지의 제왕' 속의 한 장면이 금방이.. 더보기
새알밭을 뜨다 무슨 호텔의 조명이 온통 핑크빛이냐며 비웃었던 바로 그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새알밭에 살면서 새알밭의 호텔에 묵을 일이 있을까 했는데, 결국 있었다. 24일 이삿짐을 다 빼고 난 집에서, 처음에는 슬리핑백으로 잠을 자볼까 고려했지만 조금이라도 짐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또 굳이 그렇게 불편하게 잠을 잘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에서, 동네 호텔을 잡은 것이다. 퀸 사이즈 침대가 두 개 나란히 놓인 방은 쾌적했다. 그 동안 혼자 이삿짐 싸랴, 물건 처분하랴 녹초가 된 아내는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졌다. ...라고 말하면 퍽 이른 시간이었던 것 같지만 내가 에드먼튼 공항에 도착한 게 10시였기 때문에, 호텔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11시가 가까운 늦은 밤이었다. 일찍 시작하는 동준이를 먼저 학교에 데려다 주고, .. 더보기
스카이프 아내,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 서로 얼굴을 확인했다. 구글 토크, 페이스북 등 다른 대안도 있었지만 본래부터 써와 익숙한 스카이프에 주로 의존했다. 카메라에 얼굴 들이대는 것이 마냥 재미있는 성준이는 카메라에 종주먹을 들이대며 집에 함께 있을 때면 수시로 하는 격투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주로 저녁 때 전화를 걸어서 그런지 동준이는 주로 '식사중'이셨다. 행복한 콧소리가, 엄마 쪽에서는 너무 시끄러웠겠지만 내게는 제법 흥겨운 노랫가락처럼 들리기도 했다. 오늘이 이삿날이다. 아내 혼자 잘하고 있을까? 아침에 전화를 했더니 이삿짐 트럭이 와서 짐을 싣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한 시간 시차가 나는 밴쿠버의 사무실에 앉아 있다. 새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자꾸 빠.. 더보기
공항 밤샘 캐나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새알밭 (세인트 앨버트)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 하지만 밴쿠버발 비행기 출발 시간이 토요일 아침 6시45분으로 너무 일러 금요일 퇴근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나왔다. 그냥 공항에서 쪽잠으로 때우기로 한 것이다.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취소되어 발이 묶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몇 시간씩 기다린 적은 있어도, 일삼아 공항에서 밤을 샌 적은 없어서,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한지, 벤치나 소파에 누워 있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는 것이나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됐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Terminal'에 보면 한 달씩 아예 기식하는 경우도 있더라만... 책 보다,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다, 일 하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온전히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나른하고 묵지근한 피로가 .. 더보기
SOLD!! 드디어 집이 팔렸다. 지난 목요일 (19일) 집앞에 'For Sale' 간판을 내건 지 꼭 8일 만이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납덩이 하나 내려놓은 듯 속이 후련하다. 야호~! 아니, 만세~!라고 소리라도 마음껏 내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아내는 집이 최종적으로 팔렸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밴쿠버의 부모님께, 또 한국의 언니들께 그 낭보를 달뜬 목소리로 전했다. 집을 과연 얼마나 빨리 팔 수 있을까, 어느 정도나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할까 걱정했다. 2009년 구입가는 35만3천달러. 여기에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부동산 중개료 1만5천달러를 더하면 아무리 못 받아도 36만8천달러는 받아야 그나마 큰 손해 안보고 팔았다고 할 수 있을 터였다. 이사 들어오면서 집안 전체를 마루바닥으로 바꾸느라 소비한 1만달러.. 더보기
이사 스트레스 어딘가에 분명히 저장해 두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명색이 '정보 관리'(information management) 전문가라는 자가, 자기 정보도 제대로 못찾아 쩔쩔매는 꼴은 민망하면서도 우습다. 워낙 자주 이사를 다녀서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늘 다시금 괴롭고, 번거롭고, 피곤하다. 마치 처음 느끼는 감정인 것처럼 낯설게, 그렇게 괴롭고, 번거롭고, 피곤하다. 어머니는 날더러 "백말 띠라서 역마살이 끼었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역마살'(驛馬殺)은 결코 좋은 말이 아니다. 한자가 보여주듯 '살'(殺) 아닌가. 게다가 역마다. 역에 대기시켜놓은 말. 언제든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말에 사람을 견준 것이니 그 또한 썩 좋을 건 없다. 새알밭에 도착한 이삿짐. 2009년 .. 더보기
식스 캔 두 잇! 성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집시 데인저' 피겨. 책상 위에 곱게 모셔져 있다. 내가 만지면 왜 만지느냐고 꼭 이유를 캐묻는다. 좋아서 그런다면 아뭇소리 않고 있다가 팔이나 다리의 자세를 바꿔놓으면 잽싸게 정상으로 돌려 세워서 제 자리에 갖다 놓는다. 지난 토요일에 이어 화요일에도 '퍼시픽 림'을 또 보았다. 이번에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선배, 후배와 함께. 아내도 아내지만 성준이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졌다. 3D 영화는 너무 충격적일 수 있으니 동네 영화관에서 2D로 보여줘볼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아내도 PG-13이라지만 본인이 그렇고 보고 싶어 하는데 한 번 물어나 보라고 했다. 다음은 대화 내용 (내 말은 우리말로 바꿨고, 성준이 말만 그대로 옮겼다). "퍼시픽 림 영화 보여줄까?""Toda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