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뜀박질

먼지, 그리고 흙탕물과 함께 오는 봄 오늘 갑자기 기온이 올라갔다. 그냥 올라간 수준이 아니라 '치솟은' 수준이다. 아침부터 영상이더니 점심 무렵에는 두자리 수를 넘어섰다. 나갈 때는 9도였는데, 돌아와 다시 확인하니 12도다. 늘 입던 재킷을 벗고 반팔로 나섰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마치 도둑처럼, 그렇게 갑자기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이제 봄인가봐" 했더니 "너 지금 산통 깬 것 알지?" (You just jinxed it, you know)라고 농담 했다. 아직 3월 중순도 안된 마당에 영상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반가워 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불안해 한다. 언제 어느 때 또 기온이 곤두박질 치고, 눈보라 쳐대려고? 하는 눈치다. 하지만 대개는 "있을 때 즐기자"라는 주의. 내일 눈보라가.. 더보기
요즘 읽는/듣는/훑는 책들 종이책으로 읽는... 마이클 코널리의 'The Drop.' 명불허전. 범죄 소설계의 거장답다. 해리 보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코널리가 꾸며내는 이야기의 사실성과 속도감, 긴장, 스릴 또한 여전하다. "다른 작가들과는 차원이 달라"라는 게 아내의 촌평. 동의. 대체로 플롯의 기발함과 신선함, 범죄 소설의 공식을 다소 변주한 여느 범죄 작가들과 견주어, 코널리는 거기에 문학성을, 현실성을, 사회성을, 그리고 정치성을 녹여낸다. 진도가 빨라 조만간 끝낼 수 있을듯. 현재까지는 당근 10점 만점에 10점. 이 제목도 이중적이다. 하나는 피 한 방울이라는 뜻, 다른 하나는 건물에서 떨어지는, 추락. 해리 보쉬가 수사하는 두 사건을 한 마디로 잘 요약한 제목이다. 전자책으로 읽는... 테리 팰리스(Terry Fa.. 더보기
언박싱(Unboxing) - 미국서 산 핀란드제 러닝화, 멀고 먼 길을 돌아... 핀란드의 신발 브랜드 '카후'(Karhu, 핀란드 말로 '곰'이라는 뜻)와 거기에서 만드는 '풀크럼'(Fulcrum)이라는 러닝화를 알게 됐다. 호기심 약간, 호감 약간, 싼맛의 매력 약간 등등의 결과, 미국의 아웃도어 온라인 판매점인 시에라 트레이딩 포스트(Sierra Trading Post)에 한 켤레를 주문했다. 이미 6개월~1년쯤 지난 모델이다. 그래도 겉모양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겠지. ... 그리고 주문한 지 나흘여 만에 상품을 받았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그런데 이 신발을 받는 과정에서 가외로 흥미로웠던 것은, 그것이 우리 집까지 오는 여정이었다. 시에라 트레이딩 포스트의 본사인 와이오밍 주 샤이엔(Cheyenne)에서 비행기로 훌쩍 날리면 그만일 듯싶었지만 그러면 파는 쪽에 남는 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