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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인터스텔라 지난 화요일에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의 영상, 대사,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근래 본 영화/드라마들 가운데, 인터스텔라만큼 가슴을 뒤흔든 것은 없었다. 우리는 한때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보며, 인간은 얼마나 티끌처럼 사소한 존재인가, 저 별들 중 어디엔가 혹시 다른 생명체가 살지 않을까 궁금해 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상이, 아니 우주가 얼마나 크고 깊고 넓은가, 제대로 가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경이로워 하곤 했다. 저 별들 중 어떤 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단지 그것이 날려 보낸 몇백년, 혹은 몇천년 전의 빛을 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갖곤 했다. 황량하게 메말라 먼지만이 자욱하게 날리는 지구에서, 쿠퍼는 한.. 더보기
로보캅 2014, 월터 미티, 아서 크리스마스, 카고 로보캅 2014블루레이 DVD. 영화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조엘 키너만 (Joel Kinnaman)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 때문에 선택한 영화.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 폴 버호벤의 원조 로보캅에 대해 별로 특별한 감상이 없는 나로서는 신작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액션 SF려니 짐작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기조가 예상보다 어두웠다. 특히 '노박 엘리먼트'라는 제목의 TV 시사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새뮤얼 L 잭슨이 그려보이는 현실 왜곡과 맹목적 선전 선동은, 언뜻 과장된 현실의 희화화라고 여겨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인간적이고 몰윤리적인 자본주의와 극우 보수 프로파갠더에 찌들 대로 찌든 현 미국 사회의 실상을 놀랍도록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는 느낌이었다.. 더보기
세계 대전 Z 영화 ‘세계 대전 Z’(World War Z)의 ‘Z’(캐나다에선 ‘zed’, 미국에선 ‘zi’로 발음한다)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좀비(zombie)의 Z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괴물/감염자/공격자들을 좀비라고 부르기는 다소 망설여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느릿느릿 졸린 듯 굼뜨게 걷는 그런 좀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영화 속에서도 ‘좀비’라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그 단어를 회피한 듯한 인상마저 든다 (스쳐 지나가듯 두 번쯤 나온 것 같다). ‘세계 대전 Z’는 실상 좀비 영화라기보다는 요즘 들어 일종의 ‘흐름’을 형성하는 돌연변이 전염병에 대한 영화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1340년대 약 2천5.. 더보기
눈이 호사하는 SF 영화 '오블리비언' 지난 토요일 (5월11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을 아내와 함께 보았다. 개봉한 지 이미 3주가 지나 씨네플렉스의 객석은 텅 비어 있었다. 몇십 명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의 관객은 아이언맨 3를 보러 갔을테고, 우리도 그걸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아내도 나도, 굳이 이 영화를 더 보고 싶어 했다. 왜? 톰 크루즈 때문에? 아니, 그 영화의 아름다운 '그림'들 때문에. 톰 크루즈가 타는 순찰 비행선, 톰 크루즈를 감시, 보호, 경계하는 드론(Drone), 톰 크루즈와 여자 동료 빅토리아 (안드레아 리즈보로)가 동거하는 하늘집, 폭격으로 움푹 파여 폐허가 된 펜타곤, 형해만 앙상하게 남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외계인이 파괴해 긴 달걀형으로 흩어져 파편들의 모음.. 더보기
크리스 베켓의 걸작 SF 'Dark Eden' Dark Eden (Chris Beckett). 무척 감동적으로 읽은 SF 소설이다. 빼어난 상상력이 놀랍고, 부박하고 나약하기 그지없으며 선과 악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인간의 얄팍한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감탄스럽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과 긴장감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주요 등장인물의 개성을 잘 살려내는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가 경이롭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묘파한 인간의 본성, 러셀 호반의 ‘리들리 워커’가 그린 묵시록적 미래, 그리고 영화 ‘혹성탈출’의 마지막 반전이 연상되기도 한다. 배경은 ‘에덴’이다. 시대도 장소도 알 수 없다. 다만 그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에덴의 인구는 모두 532명이다. 163년전, 지구에서 이 미지의 행성에 우주선을 타고 날아왔다가 돌아가지 .. 더보기
제임스 대슈너의 'The Maze Runner'...일본의 '간츠' 연상 청소년을 겨냥한 묵시록적 SF 'The Maze Runner'('미로의 달림이'쯤 되겠다)를 읽었다. 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빌려 포틀랜드에 가 있는 동안 읽었는데 잽싸게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끌면서, 때로는 이야기의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한 채 겨우 끝냈다. 3부작이지만 2, 3부까지 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서 'The Maze Runner'는 이 3부작의 선택 받은 자, 특별한 인물,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인물, 주인공인 토마스다. 토마스는 자기 이름을 제외하곤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 나중에 밝혀지지만 기억을 인위적으로 삭제당한 채 - '글레이드'(Glade)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공간으로 옮겨진다 (글레이드는 숲속의 빈터라는 뜻). 세상 밖으로 나갈 출구를 찾을 길 없는 글레이드에는 토.. 더보기
성장통의 SF적 알레고리 - '기억 전달자' (The Giver) 책 제목: The Giver (국내에는 2007년 ‘기억 전달자’라는 제목으로 비룡소에서 출간) 지은이: Lois Lowry (로이스 라우리) 책 형식: 전자책 (아마존 킨들 판) 파일 크기: 215 KB 종이책 분량: 204쪽 출판사: 허튼 미플린 하코트. 출간일: 1993년 4월26일 줄거리: “거의 12월이 되었고, 조나스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It was almost December, and Jonas was beginning to be frightened.) 열두 살인 조나스는 12월에 자신의 평생의 직업을 배정 받는다.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히 먼 미래 사회, 조나스가 사는 세상은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갈등도 없고, 가난도, 실업도, 이혼도, 부정의도, 불평등도 없다. 모든 것이 똑같은 ‘동.. 더보기
머신 맨: '완벽한 몸' 열망의 끝 원 제 : Machine Man 가 제 : 기계인간, 또는 머신맨 저 자 : 맥스 배리 (Max Barry) 원서 초판 출간일 : 2011년 8월9일 원서 분량: 288페이지 원서출판사: 빈티지 (Vintage) 오리지널 에디션 줄거리: 찰스 뉴먼 박사는 ‘더 나은 미래’라는 뜻의 ‘베터 퓨처’에서 알고리즘과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유능한 공학자이다. 전공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대인기피증이 심하고, 다른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 지극히 서투르다. 직장 동료와 잡담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혼자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하고 분석하는 게 더 즐겁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더 애착을 보이는 것은 따라서 당연해 보인다. 그의 첫 번째 재난은 스마트폰에 대한 남다른 집.. 더보기
“미래 사회? SF작가에게 물어봐” 과학자보다 한발 앞선 통찰력…인터넷-스타워즈 계획 등 현실화 | NEWS+ 1999년 1월7일치 199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실제로 있었던 얘기 한토막. 막 사업을 시작한 한 벤처기업가가 직원들에게 '스노 크래시'(Snow Crash)라는 제목의 과학소설(SF) 한권을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이게 우리 사업 계획서요." 온라인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블랙 선 인터랙티브'는 3차원 그래픽 환경으로 만든 인터넷의 가상 술집에 실제로 '스노 크래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1992년작인 '스노 크래시'는 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강력한 환각제의 이름. 마피아가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미래의 가상현실 세계와, 이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건을 세.. 더보기
SF영화, 과학일까 허구일까 아마겟돈(Armageddon) 올 여름 SF영화들의 최대 화두는 「소행성」 이다. 딥임팩트에 이어 아마겟돈도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소재로 삼았다. 거대한 소행성 이 시속 3만3000km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온다. 「텍사스 크기」라니, 6500만년 전 공룡 을 일거에 멸망시킨 것으로 여겨지는 소행성 (지름 10~15km로 추정)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것이고, 만약 부딪친다면 인류는 물론 지구의 대다수 생명체를 절멸시킬 만한 규모 다. 아마겟돈과 딥임팩트의 제작에 직접 영감을 준 것은 지난해 7월,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의 발표 내용. 연구소는 5000여개의 소행성을 발견했으며, 이들 중 일곱개는 그 크기가 지구의 존속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