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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빈 문 로 '슬픈기사가 아닌데도 눈물까지 났다. 추석이라서 그랬나?' 페이스북의 절친 - 이런 표현이 가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 중 한 분이 이런 짤막한 소갯글과 함께 아래 기사를 공유했다. '배우가 공연을 망친 자폐증 어린이를 도리어 옹호했다'라는 내용이다.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어쨌든 '자폐증'으로 흔히 알려진 오티즘 (Autism) 이야기만 나오면 촉각이 곤두서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나로서는,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당장 해당 기사를 읽어보았다 (덧붙이자면 'Autism'은 이 증상 자체의 변주 범위가 워낙 넓고 복잡해서, 그러면서도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 안돼서, 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Spectrum'을 넣는다). ABC뉴스 기사. 브로드웨이 뮤지컬.. 더보기
늙어서 더 멋진 배우들 '늙어서도 멋진 배우', 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늙어서 도리어 더 멋있어진 배우'라는 게 말이 되나? 나이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은, 어느 나라의 문화를 들여다보든 ‘추하다’거나 ‘약하다’, ‘슬프다’와 같은 이미지와 대체로 동일시되는 마당 아닌가. 늙을수록 더 현명해진다거나,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식의 말이나 캠페인은, 역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거나,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다소 거칠게 말한다면, 단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로 케빈 코스트너를 보면서,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디즈니의 교훈성 다분한 스포츠 영화 ‘맥팔랜드, 미국’ (McFarland, USA, 2015년)를 보면서, ‘아, 늙어서, 늙어가면서, 도리어 젊은 시절보다 더 멋있.. 더보기
국민문화예술훈장 맨 아래 박아놓은 유튜브 비디오를 본 것은 지난 주다. 다른 채널로 우연히, 유명 소설가 줌파 라히리 (Jhumpa Lahiri)가 미국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본 것인데, 그 뒤에도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아 블로그로 포스팅 한다. 그 자리에서 오바마가 했다는 말이 인용문으로 나왔는데 절로 웃음이 피식 나오는 말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전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위대한 시인 중 한 분인 에밀리 디킨슨은 이런 말을 했죠. "진실은 너무나 드문 것이어서, 그것을 말하는 것은 한없이 즐겁다." 진실은 너무나 드물어서, 그것을 말하는 것이 즐겁다 ... 이건 특히 워싱턴 정가에 딱 들어맞는 말이죠. (웃음.) 우리가 오늘 치하하는 여러분, 국민문화예술훈장의 수혜.. 더보기
인터스텔라 지난 화요일에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의 영상, 대사,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근래 본 영화/드라마들 가운데, 인터스텔라만큼 가슴을 뒤흔든 것은 없었다. 우리는 한때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보며, 인간은 얼마나 티끌처럼 사소한 존재인가, 저 별들 중 어디엔가 혹시 다른 생명체가 살지 않을까 궁금해 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상이, 아니 우주가 얼마나 크고 깊고 넓은가, 제대로 가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경이로워 하곤 했다. 저 별들 중 어떤 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단지 그것이 날려 보낸 몇백년, 혹은 몇천년 전의 빛을 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갖곤 했다. 황량하게 메말라 먼지만이 자욱하게 날리는 지구에서, 쿠퍼는 한.. 더보기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고요 - 아바도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토요일 밤, 지난해 안타깝게 타계한 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1933-2014)에 관한 타규멘터리 'The silence that follows the music' (1996)를 베를린 필하모닉의 온라인 서비스인 Digital Concert Hall로 다시 봤다. 위 제목은 문맥상 '공연 직후의 고요'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2003년에 나온 또 다른 아바도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Hearing the silence' (고요를 듣다)인 것을 보면 악기나 목소리로 내는 '소리'보다, 그것이 끝난 뒤의 고요, 정적에 대해 아바도는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실제로 아바도 자신도, 연주를 마친 직후, 아직 청중이 '브라보!'라고 외치거나 박수를 치기 직전의 그 정적, 그 고요를, 한없이 사랑한다고 말.. 더보기
2014년 연말에 본 영화들 빈 필 신년음악회 유튜브에 재빨리도 올라왔다. 그것도 고화질로. 덕택에 잘 봤지만 저작권법을 준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살아 있을지는 자못 의심스럽다. 나는 음악보다 도리어 그 음악을 배경 삼아 보여주는 오스트리아의 풍경이 더 인상적이었다. 예전보다 더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이미지 - 특히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풍경 - 그리고 자잘한 재미를 안겨주는 이벤트가 포함된 것은 사줄 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움'이나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또 주빈 메타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 보니 그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 이번 공연 포함 - 신년 음악회를 지휘했단다. 워낙 친화력이 뛰어난 지휘자로 알려진 사람이어서 이해는 하지만 빈필은 다른 소위 .. 더보기
디지털 파괴란 무엇인가? - 유튜브 비디오의 한글 번역 책 광고도 영화 예고편 광고하듯 그럴듯하게, 때로는 진짜 영화처럼, 혹은 이 '디지털 파괴'의 경우처럼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선전한다. 특히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광고는 책의 핵심 내용을 잘 요약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짧은 비디오 자체만으로도 좋은 정보 매체의 구실을 한다. 포레스터 리서치는 세계적인 IT 컨설팅 회사답게, '디지털 파괴'의 졸가리를 잘 짚은 '북 트레일러'를 만들었다. 아래 글은 그 비디오를 보며 내가 한글로 옮긴 내용이다. 유튜브 비디오는 맨 아래에 붙여 놓았다. # 디지털 파괴: 차세대 혁신의 물결을 타라 # ‘파괴’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그 말의 뜻을 아실 겁니다.‘디지털’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죠. 이 두 단어를 한데 모으면 ‘디지털 파괴’라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두 단어의 단순한 조.. 더보기
로보캅 2014, 월터 미티, 아서 크리스마스, 카고 로보캅 2014블루레이 DVD. 영화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조엘 키너만 (Joel Kinnaman)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 때문에 선택한 영화.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 폴 버호벤의 원조 로보캅에 대해 별로 특별한 감상이 없는 나로서는 신작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액션 SF려니 짐작했는데, 영화의 전체적인 기조가 예상보다 어두웠다. 특히 '노박 엘리먼트'라는 제목의 TV 시사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새뮤얼 L 잭슨이 그려보이는 현실 왜곡과 맹목적 선전 선동은, 언뜻 과장된 현실의 희화화라고 여겨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인간적이고 몰윤리적인 자본주의와 극우 보수 프로파갠더에 찌들 대로 찌든 현 미국 사회의 실상을 놀랍도록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는 느낌이었다.. 더보기
아프다 6월11일/수 일요일의 하프 마라톤 이후 내리막길이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 지난 10여년 간 그런 대로 참을 만하던 병증이 도졌다. 너무 아파서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2004년 와와에서 지내던 어느날도 그렇게 아팠다. 그 때는 더 아팠다. 2주마다 내려가곤 했던 토론토 행도 취소했다. 와와의 의사는 너무 자주 장시간 운전을 해서 그렇다고 했다. 물론 식습관도 문제였을테고... 그냥 쉬는 수밖에 없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 그 때 집에 내려가지 못하고 혼자 엎드려 울었다. 아파서 울었고, 아마 서럽기도 했을 게다. 일요일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내는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한 탓일 거라고 했다. 달리기만으로도 빠듯한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 시간씩 자전거를 타니 몸이 견뎌나.. 더보기
"소설 읽기는 외로움을 이기기 위한 것"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영화 'Liberal Arts.' 주인공이 옛 대학 은사의 은퇴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제씨 피셔 역을 맡은 조쉬 래드너가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했다 (참 재능도 많지...). 영화 촬영 장소인 케년 칼리지(아래 사진)는 오하이오 주 갬비어 (Gambier)에 있는 소규모 명문 문과대학으로 래드너의 실제 모교이다. 제씨가 가장 감명 받은 교수로 지목하는 극중 문학 교수 역의 앨리슨 재니도 케년 칼리지를 나왔다. 이 영화가 특히 내 마음을 끈 것은 지적이면서도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대사들이었다. 그리고 대학 캠퍼스의 젊은 분위기, 그 캠퍼스를 채운 학생들의 에너지, 그리고 비관적인 듯한 포즈 속에서도 끝내 숨길 수 없는.. 더보기